2006년 12월 5일
<라디오 스타>에 쏟아진 하나같이 호평일색의 반응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 이건 뭐랄까, 만인이 모두 '착하다'고공언해준 사람을 보고 "그 사람 사실은 바보던데..."라고 느낌을 섣불리 입밖에 내놓는 게 왠지 판을 단단히 깨며 외려 내가못되고 뾰죽한 사람으로 몰릴 것같은 그런 분위기. 영화가 다루는 건 두 남자의 - 어딜 봐서도 주류에서 단단히 밀려나 있는 -우정과 연대이고, 누가 봐도 이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인데, 이 영화의 설정이 왜 그 따위냐고 투덜거리는 게 지극히 정당하다고당연히 생각했다가 모두가 아니오!를 외치니 혼자 헷갈리는 판이랄까, 뭐 그렇다.
연출에 대해선 논하지 못하겠는 게, 일단 시나리오의 인물 설정이 심하게 거슬려서 연출 부분은 아예 찬찬히 볼 생각도 못했기때문에. 내 보다보다 최근에 이렇게 게으르고 부실한 기초공사 시나리오는 처음 봤다. 긴 머리에 가죽재킷과 선글라스, 절걱거리는액세서리는 '메탈 보컬'의 외모인데 부르는 건 발라드고 더구나 80년대 후반에 '가수왕'을 받았다? 이 사람들아 서태지도 락하겠다고 댄스 아이돌로 출발한 게 한국 가요판이다. 픽션이고 판타지라도 이건 너무하다. 차라리 아예 환상월드를 창조하던가,이남이 이선희 박남정 늘어놓으며 실제 역사를 언급하고(그나마 트로트는 왜 빼먹어? 실제 88년 가수왕은 주현미라며?) 레드제플린 딥퍼플에 너바나 들먹이면서 붕어가수 어쩌고 하는 거, 그거 이제 막 락 쪼금 듣기 시작한 중딩이 가요 무시하면서 내뱉는'상상의' 상투어구 아닌가? 게다가 신중현의 적자? 잘봐줘도 김경호 중딩 빠돌이가 신중현 이후 한국락은 김경호다! 라고 외치면서어디서 슬쩍 (그것도 정확하지 못하게) 줏어들은 무식한 평론가의 무식한 글줄 몇 개 인용하는 꼴과 너무너무 똑같다, 그것도 이미90년대 중후반에 (나를 포함한) 락 초짜들이 숱하게 해먹은 코미디인데 그걸 2000년대 중반에 극장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민망하기가 콩 심으면 콩나물 나온다고 외치는 세 살짜리 보는 것과 삐까삐까한 데다 신중현 선생에 대한 어마어마한 모욕이다. 근데웃기게도 삽입된 영화음악들은 또 음악 좀 들은 까라가 아닌가. 죄다 신중현으로 조신하게. 마침 오지 오스본 듣고있던 J.가 이노래엔 "Good Bye to Romance"가 딱인데 안 들어갔다고 했는데 "안그래도 넣으려다 저작권료 비싸서 뺐다"는 얘기듣고 그럼 그렇지, 했다는. 게다가 이 영화가 이뤄내는 화해와 우정, 자체는 뭐 나름 좋은 시도인데 그게 호소하는 '복고 정서'역시 '너무 쉬운' '상상의' 정서라 불편.
그러므로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꽤 괜찮은 시놉시스를 갖고 초기 개발 설정에서 안주해버린 게을러터진 무자격의 시나리오를무난하게 연출했는데 김양과 안성기와 음악이 한껏 살려놓았다, 가 되겠다. 특히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빠이 분노다. 잘못쓴시나리오와 싸구려 시나리오는 이해받을 수 있지만 게을러터진 시나리오는 비판이 아닌 경멸을 받아 마땅하고, 아주 괜찮을 수도있었던 시놉을 게으름으로 망쳐놓은데다 신중현 선생에 대한 모욕 때문에 더욱 괘씸죄 추가다.
상벌위 선도부 위원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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