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개막한지 이제 1주일이 넘어 간다. 84년 올림픽 이후 10위권 등극이 당연시 되어가는 풍조는 승부욕 강한 한국인의 특성상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만, 100개의 은메달이 1개의 금메달을 이기지 못하는 순위기준의 현실 때문인지, 은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차가운 눈길은 왠지모르게 성질을 건드리는 터, 아니 아예 메달권에 들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에게는 관심조차 두질 않는건 뭐자하는 플레이인가?

금메달을 따야만 승자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메달은 단지 순위를 메기는 편의상의 기준일 뿐이다. 스포츠에 있어서 실력의 차이는 있으되, 패자라고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패자를 만드는건 주위 사람과 언론의 부채질일 뿐, 남모르게 피땀흘리며 우리가 알지못하는 설움을 딛고 출전한 선수들에게 누가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으며 외면할 정당한 이유가 있더란 말이냐~ 한 번의 올림픽을 위해 4년을 피땀흘린 모두는 국적을 불문하고 '승자'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다음의 영화들은 소위 '금메달'내지는 '1인자'의 칭호를 받지 못한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다.


록키 (1976)

록키
감독 존 G. 에이빌드슨 (1976 / 미국)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탈리아 샤이어, 버트 영, 칼 웨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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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터 스탤론이 액션전문배우로 타락(?)하기 전 연기파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걸작이다. 이 작품에서의 매력은 바로 주인공이 패자라는데에 있다.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하지 못한 권투선수로 낙인찍힌 록키가 우연히 잡게된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아야기의 이 작품은 주인공 록키가 시합에서 패배를 당한다는 결말로서 더욱 의미깊은 작품이 되었다. 비록 시합에서는 졌지만 자신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인생의 승리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후에 제작된 2,3,4,5편이 전편만큼의 호평을 받지 못한건 애초의 [록키]가 지녔던 매력적인 주제를 버리고 단순한 미국식 영웅만들기로 이야기를 변질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록키 발보아]에서 빗나간 축을 다시 돌려놓긴 했지만 이미 시리즈의 장점은 퇴색된 뒤였다. 시합의 결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스포츠 영화의 수작.


런닝 (1979)


평범한 직장인이 이혼과 실직의 위기에 직면한 뒤,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올림픽 마라토너에 도전하게 된다는 이야기. 늦깍이로 도전한 마라톤이지만 우여곡절끝에 실제로 몬트리올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주인공은 순간의 실수로 실격당한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지막 남은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비록 메달은 물건너갔지만 주인공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메달 그 자체가 아니라, 선수로서 완주할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인공 마라토너 역할을 맡았으며 국내에서도 TV방영된 바 있는 최루성 스포츠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2004)

슈퍼스타 감사용
감독 김종현 (2004 / 한국)
출연 이범수, 윤진서, 공유, 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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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가 타이틀 롤에 도전한 야심작으로 국내에서는 흥행에서 참패했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을 모델로 소외받는 계층의 삶과 애환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서 영화적인 완성도는 훌륭한 편.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는데, 일부에선 이 작품이 스타 플레이어인 '박철순'이 아니라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였다. 개인적인 평이지만 한국 스포츠 영화중 일순위로 꼽아도 절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8)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2007 / 한국)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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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에 그쳤던 여자 핸드볼 선수팀의 이야기를 팩션형식으로 구성했던 히트작. 비록 은메달에 그친 선수들의 이야기이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아테네 10대 명승부전에 포함될 정도로 선수들의 투지가 느껴졌던 경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어서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며 네러티브의 구성또한 제법 탄탄하다.


코치 카터 (2005)

코치 카터
감독 토머스 카터 (2005 / 미국)
출연 사무엘 L. 잭슨, 아샨티, 레이 베이커, 롭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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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성적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챔피온 결정전 직전에 자신의 농구팀 훈련을 금지시켜 화제가 되었던 농구코치, 켄 카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농구영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슬럼가의 학교 농구부를 맡게된 카터가 아이들에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내용으로서 오로지 1등만을 미덕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참 교육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다분히 상투적인 스타일의 영화이지만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으로서 북미지역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쿨 러닝 (1993)

쿨 러닝
감독 존 터틀타웁 (1993 / 미국)
출연 레온, 더그 E. 더그, 롤 D. 루이스, 맬릭 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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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구경을 할 수 없는 자메이카의 육상선수들이 봅슬레이 팀을 조직,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근거로 만든 스포츠 영화. 가족용 영화로 만들어진 탓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머스럽고 코믹하게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가슴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패자들의 이야기다.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이들의 당당함은 스포츠 세계에 있어서 진정한 패자는 없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영진공 페니웨이
Posted by Nowhere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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