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관리공단
2007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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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n's Labyrinth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화려한 비주얼에 취해한동안 잊고 있었다. 판타지는 현실의 고통, 세계와 세계의 충돌과 그로 인한 파괴와 재생의 순환, 그 과정에서 유혹받는 인간의나약함과 악과 타락을, 그리고 시험에서의 승리를 은유적으로 다룬다. 판타지는 당연히 잔혹하고 격렬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판타지에서는 그러므로, '전쟁'이 빠질 수 없다. 판타지는 원래 현실에서 도저히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견디게 해주는 힘을선사해주는 존재이다. 때로 그래서 판타지는 현실도피적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지만, 만약 그마저도 없다면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이겨낼 것인가. 판타지가 현실도피적인 게 아니라, 현실에서 '너무 쉽게' 도피하는 사람들이 판타지를 남용하는 게 문제인 게아닐까. 판타지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퇴행적 핑계로 후퇴하지 않는, 간만에 훌륭한 판타지 영화를 봤다. 하지만 난 확실히어른인가보다. 오필리아가 요정나라의 공주로 갔으니 기뻐해야 마땅할텐데, 영화 본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가슴이 이토록 아프며슬픔의 눈물이 나는 걸 보면.

영화의 배경인 1944년의 스페인은, 스페인 혁명이 패배하고 혁명은커녕 (부르주아적이라며 혁명세력에게 비판받았던) 공화국정부도 지키지 못한 채 프랑코의 독재정권에 권력을 내주었던 때다. <랜드 앤 프리덤>과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혁명의공기를 숨쉬며 자신의 존엄성을 걸고 일어났던 사람들은 이제 정부의 군대에게 쫓기며 산 속에서 생활하는 게릴라(빨치산!)가 되어있다. 오필리아의 모험은, 만삭의 어머니와 함께 새아빠인 (프랑코 군대의) 비달 중위가 주둔해있는 기지로 이사오면서 시작한다.어른들의 절망과 슬픔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느껴지기 마련이고, 게다가 이 아이는 자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새아빠는 냉정하고 무서우며 엄마는 몸져누워서는 오필리아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고통을이해해 달라고 요구한다. 외로운 아이는 부대의 안살림을 도맡아하는 메르세데스에게서 아파 누운 어머니가 줄 수 없는 또다른 모정을느끼지만 메르세데스와 온전히 교감할 수는 없다. 그 와중에 요정의 초대를 받고 나무요정 판을 만나며, 자신의 원래 신분 -요정나라의 공주 모아나 - 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너무 오래 살았기에, 요정나라로 돌아가려면 세 가지 미션을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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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인력관리공단 조사1부 부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Posted by Nowhere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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