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26일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란, 자기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다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기와 관계된 것으로 착각하게 되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가장 심해진다고 하는데 사실 청소년기만 자아중심성의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때면 언제나 자아중심성이 발동하지요.
새 직장, 새 교실에 가면 왠지 모든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 다들 수군거리는 거 같고,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다들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식입니다.
근데, 요즘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자아중심성을 얘기할 수 있겠더군요.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비난, 혹은 햇볕정책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제어할 수 있었다는 옹호, 모두 사실은 자아중심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이번 뉴스위크 한국판은 당연히 김정일과 북한핵이 주제입니다.
그런데, 안습인 것은 이 이슈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거...
(아, 하나 있군요. 반기문 신임 유엔총장님과의 인터뷰)
이번 뉴스위크 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북한과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를 무시해서? 미국 잡지라 미국의 입장만 중시해서? 그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햇볕정책을 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요?
북한이 소비하는 연료 70%와 국제교역의 50%를 담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입니다. 나머지 국제교역량의 대다수는 역시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이 담당했죠. 그러고 보면, 중국은 정말 김정일에게 열 받을 만 합니다. 그렇게 지원해줬건만 핵개발 하지 말라는 말을 개무시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미국이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한국전쟁은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전쟁이 아닙니다.
미군,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쟁이죠. 거기에 덧붙여주자면 중국이 낄 수 있겠구요.
우리나라는 휴전협정의 당사국도 아닙니다.
그러니 북한이 언제나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것도 당연하지요.
적어도 북한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는 미국에게 달려있습니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대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건 김대중 전대통령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뭐였나구요?
유감스럽게도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치 <007 어나더 데이> 에서 북한과 휴전선과 주한미군은 나오지만 한국군은 안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걔네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한국군 역할을 안 넣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눈에 띌만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바로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말이죠. 그러다가 615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햇볕정책이 그거죠.
햇볕정책이 북한의 붕괴를 막았다고요?
외국 가서 그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누가 동의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동의해주기 보다는 주제파악좀 하라는 반응이 있겠죠.
우리나라가 최근 몇년 지원해준 식량과 석유와 금강산 관광자금이 북한의 생사를 가름할 만큼 큰 비중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건 자아중심적인 착각입니다.
(지금까지 식량지원은 우리나라 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이 했고, 경제지원에서는 일본도 우리보다 많았습니다. 최근 단일 국가로 우리나라의 비중이 비교적 높아졌지만 유럽연합이나 국제식량기구 등은 우리나라보다 더 이전부터 북한에 여러가지 지원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부시 집권 이후 미국과 미국주도의 국제식량기구의 지원비중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높아졌지요. 아래의 통일부 자료를 못믿는 다는 분들도 있겠죠. 뭐 매일 북한으로 몰래 트럭이 올라간다는 말도 떠도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근데 그런 유언비어를 믿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세요. 미국이 바봅니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 몰래 북한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미국을 바보로 아는 거고, 그런 바보 미국에게 이 나라의 안보를 맏기겠다는 생각도 바보생각이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http://www.nk-infobank.com/research/nk_paper_sub.asp?CODE=9559&CATE_CODE=63&tabl_type=&page=1
햇볕정책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의 생사와 직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 나름의 역할을 만들고 이 상황에 미치는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보려던 노력이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만으로 보자면 그 결과는 별로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만, 이걸 가지고 대국민 사과 운운 하는 그 양반들은 정말로 자아중심성에 빠진 우물안 개구리들입니다.
거지에게 몇푼 적선해 놓고 생색내고 싶어 안달하는 졸부들이죠.
2006년 10월 26일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란, 자기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다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기와 관계된 것으로 착각하게 되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가장 심해진다고 하는데 사실 청소년기만 자아중심성의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때면 언제나 자아중심성이 발동하지요.
새 직장, 새 교실에 가면 왠지 모든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 다들 수군거리는 거 같고,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다들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식입니다.
근데, 요즘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자아중심성을 얘기할 수 있겠더군요.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비난, 혹은 햇볕정책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제어할 수 있었다는 옹호, 모두 사실은 자아중심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이번 뉴스위크 한국판은 당연히 김정일과 북한핵이 주제입니다.
그런데, 안습인 것은 이 이슈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거...
(아, 하나 있군요. 반기문 신임 유엔총장님과의 인터뷰)
이번 뉴스위크 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북한과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를 무시해서? 미국 잡지라 미국의 입장만 중시해서? 그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햇볕정책을 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요?
북한이 소비하는 연료 70%와 국제교역의 50%를 담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입니다. 나머지 국제교역량의 대다수는 역시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이 담당했죠. 그러고 보면, 중국은 정말 김정일에게 열 받을 만 합니다. 그렇게 지원해줬건만 핵개발 하지 말라는 말을 개무시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미국이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한국전쟁은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전쟁이 아닙니다.
미군,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쟁이죠. 거기에 덧붙여주자면 중국이 낄 수 있겠구요.
우리나라는 휴전협정의 당사국도 아닙니다.
그러니 북한이 언제나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것도 당연하지요.
적어도 북한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는 미국에게 달려있습니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대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건 김대중 전대통령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뭐였나구요?
유감스럽게도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치 <007 어나더 데이> 에서 북한과 휴전선과 주한미군은 나오지만 한국군은 안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걔네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한국군 역할을 안 넣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눈에 띌만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바로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말이죠. 그러다가 615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햇볕정책이 그거죠.
햇볕정책이 북한의 붕괴를 막았다고요?
외국 가서 그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누가 동의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동의해주기 보다는 주제파악좀 하라는 반응이 있겠죠.
우리나라가 최근 몇년 지원해준 식량과 석유와 금강산 관광자금이 북한의 생사를 가름할 만큼 큰 비중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건 자아중심적인 착각입니다.
(지금까지 식량지원은 우리나라 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이 했고, 경제지원에서는 일본도 우리보다 많았습니다. 최근 단일 국가로 우리나라의 비중이 비교적 높아졌지만 유럽연합이나 국제식량기구 등은 우리나라보다 더 이전부터 북한에 여러가지 지원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부시 집권 이후 미국과 미국주도의 국제식량기구의 지원비중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높아졌지요. 아래의 통일부 자료를 못믿는 다는 분들도 있겠죠. 뭐 매일 북한으로 몰래 트럭이 올라간다는 말도 떠도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근데 그런 유언비어를 믿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세요. 미국이 바봅니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 몰래 북한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미국을 바보로 아는 거고, 그런 바보 미국에게 이 나라의 안보를 맏기겠다는 생각도 바보생각이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http://www.nk-infobank.com/research/nk_paper_sub.asp?CODE=9559&CATE_CODE=63&tabl_type=&page=1
햇볕정책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의 생사와 직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 나름의 역할을 만들고 이 상황에 미치는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보려던 노력이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만으로 보자면 그 결과는 별로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만, 이걸 가지고 대국민 사과 운운 하는 그 양반들은 정말로 자아중심성에 빠진 우물안 개구리들입니다.
거지에게 몇푼 적선해 놓고 생색내고 싶어 안달하는 졸부들이죠.
요즘 들어 자주 구국의 소리로 마실 나오는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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