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부산에 오면 빠지지 않고 먹고야 마는 것이 바로 밀면이다. 보통 면 종류는 국물맛이라고 하나 개인적으로 면만으로도 충분히 맛난 것을 즐길 수 있는 밀면이야말로 언제든 군침을 돌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남포동 뒤쪽 맛집 골목을 돌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할매 가야밀면은 면에 다른 것을 섞지 않고 100% 밀가루를 쓰게 된 첫 효시(?)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물론 거기 계신 분에게 직접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다들 알다시피 밀면에 대한 설은 3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6.25때 피난 온 함흥 분들이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서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데 가장 신빙성을 두고 있다. 여름에 부산이 덥고 습하니 시원한 냉면은 땡기고, 음식은 모자라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은가?
시원한 비빔밀면 하나 먹으면 정말 모든 걱정 사라지듯 즐거움으로 가득해진다. 하루종일 PIFF의 운영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도 이 즐거운 맛 거리 하나에 싹 가셨다. PIFF 때문에 부산을 찾았지만 PIFF로 인해 상처를 받고 부산 특유의 밀면으로 치유받는다고나 할까?
부산의 인심이 밀면에서 느껴진다면 너무 과장될 수도 있겠지만 얌체같은 - 이라고 써놓고 이문만 밝히는이라고 읽어보자 - 서울사람들과 참으로 다른 면이 바로 '곱배기'일 것이다. 그저 500원만 더 주면 먹을 수 있는 밀면 곱배기인데도 양은 정말 '두 배'다. 말 그대로 '곱배기'인 것이다.
먹을 걸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시대. 양부터 정직하게 '곱'으로 주는 밀면집. 정말 감동이 두 배다. 쫄깃한 맛까지 감동이 세 배다.
배터지도록 면을 후루룩 먹고 걸어나와 남포동 시장 골목 골목을 누비면서 부산의 정취를 느끼니 어느새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PIFF 따윈 다 잊어버리고 사람사는 모습들에 치유되어 서울로 돌아가는 KTX를 탔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부산'이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PIFF 2009에서 건진 유일한 행복인 듯 하다.
내년 PIFF에서는 제발 스타와 스폰서들의 '제품'이 아닌 '영화와 영화인, 영화팬'으로 가득한 PIFF이길 기대해본다.
영진공 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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