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개봉할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이고 러셀 크로가 조연, 그리고 감독은 리들리 스콧..
딴거 볼 필요 없이 위의 이름들 만으로도 저 같은 총덕들은 꼭 봐야 할 영화죠.
요즘 지하철 무가지들마다 이 영화에 대한 홍보 기사들이 넘쳐나는데
함께 실린 포스터를 "유심히"(-_-) 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단 포스터부터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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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같은 인간들은 여기서 특히 디카프리오가 들고 있는 바로 그것!!!!! 에 주목한답니다.

바로 그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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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
근데, 이 권총의 정체가 모호합니다.
해머 없이 뒤가 각진슬라이드를 보면 글록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섬세이프티(엄지손가락으로 걸거나 해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달려있군요.
글록은 방아쇠 빼고는 외부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총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권총치고는 덩치가 너무 큽니다.
뭐 데저트이글이나 그리즐리도 아닌데.
더욱이 가늠쇠는 슬라이드의 맨 뒤가 아니라 조금 앞에 있죠. 데토닉스처럼...
세상에 이런 권총이 있었나? 저 같은 총덕도 모르는 양산형 권총이라니...
그럼 이 녀석은 도대체 뭘까요?
여기서 다른 포스터를 한장 보시겠습니다.
외계인이든 뭐든 걸리면 전부 목을 꺾어버리시는 스티븐 시걸 옹께서 주연과 제작을 겸임하신 영화, <파이어 다운> (원제는 Fire down below) 입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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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순간에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지 않은 정석 그립을 보여주시는 시걸옹께 박수한번 치고, 스티븐 시걸이 쥐고서 인상쓰는 권총을 함 보세요. 아까 그 녀석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네, 사실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같은 총입니다.
이 총은 실총도 아니고, 실총을 흉내낸 모형총도 아니며, 영화에 등장하는 SF건도 아닙니다. Marksman 이라는 이름의 미국에서 취미삼아 비비탄(미제 비비탄은 제가 알기론 납탄)이나 다트, 펠렛 같은 것을 쏘는 공기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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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등장한 총, 마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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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이프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그림, 이걸 보면 정작 이 녀석에겐 이게 섬세이프티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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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탄은 여기다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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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은 이미 단종되었고 요즘에는 약간 고쳐서 신형이라고 파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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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소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디시 총갤의 키튼님 사진...
왜 이 공기총이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지(그것도 10년 간격을 두고)는 모르겠습니다.
제 추측에는 두 영화 다 포스터 사진을 같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스튜디오에서는 뭔 총을 쥐어줄 지 애매한 경우에 이 총을 쥐어주는 모양이죠.
저 같은 일부 괴상한 관객을 제외하고는 이런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뭔가 큼직하니 있어보이는데다 대충 이총 저총 어설프게 닮은 이 녀석이라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테니까요.

애먼 총 들고 사진찍느라 수고하신 디카프리오 군
만약 그렇다면 이 놈은 다른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스튜디오를 거쳐간 포스터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혹시 다른 곳에서 이 녀석을 보신 분이 계시면 제보해주세요.
참고로, 본 영화에선 저런 괴상한 물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디카프리오는 글록을 쓰는군요. 참 성능 좋은 총이죠...

글록, 크기로 보아 19나 23 같은 컴팩트 모델인듯...
영진공 짱가
덧1) 이 영화 미국에서 별로 흥행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요즘같은 경제위기 시대에는 총질보다는 판타지나 코미디가 나을지도 모르죠.
덧2) 국내 인터넷에 공개된 포스터에는 또 들고 있는 총이 다릅니다. 뒤에 해머도 보이고 총도 좀 작아졌죠. 아무래도 포샵질을 한 듯 ... 사실 이런 식의 포샵질은 꽤 많습니다. 일단 주연배우 얼굴만 찍고 권총든 손 사진은 딴걸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종종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덧3)시걸의 영화 <파이어다운>에는 미드 팬들에게 꽤나 익숙한 얼굴이 등장합니다.

엇, 이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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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CSI의 캐서린 반장님이죠. 이 양반, 10년 전 모습이 더 나이들어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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