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에서 100만불 짜리 다리를 가진 초원이는 세렝게티 초원을 죽기살기로 내달리는 얼룩말을 보며 달리기에 대한 낭만(?)을 꿈꿨지만 호기심 대마왕이었던 과학자들은 좀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왜 얼룩말은 ‘얼룩’말일까~~~~~~~~~~!?



동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무늬를 보노라면 저게 과연 저절로 만들어 졌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쁘고 정갈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어떤 놈은 점땡땡이 무늬고 어떤 놈은 줄무늬고 어떤 놈은 기하학적 패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동물들의 무늬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 것일까.

생물들의 무늬는, 과학과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사람이라도 들어보았을, 멜라닌이라는 색소세포에 의해 색이 발현되는 것이다. 멜라닌은 단백질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유전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늬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유전학이 아닌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유전자가 만능이라 해도 ‘3cm 폭의 줄무늬를 2cm간격으로 그리시오’라던가 ‘반지름 3cm의 원을 4.5cm 간격으로 찍으시오’ 따위의 시시콜콜한 명령을 내리고 있기에는 유전자는 바쁘신 몸이다.


혀.....형?



게다가 종을 뛰어넘어 동물과 어류 사이에서도 비슷한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종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어떤 원리 때문이며 이원리는 모든 생물이 동일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하나의 원리는 현재 모든 생물의 무늬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만 했다.

멜라닌은 색소세포다. 즉 무늬는 색소에 의한 패턴이며 색소는 화학반응의 결과물이다. 다시말해 무늬의 패턴에 숨겨져 있는 원리는 화학반응과
?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 화학반응을 방정식으로 정리한 최초의 인물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앨런 튜링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겐 튜링 패턴보다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에니그마를 엿먹인 인물 혹은
인공지능의 창시자로 더 유명한 앨런 튜링. 하지만 2차 대전 당시의 연구활동에 대해서는
기밀사항이란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고, 동성애자임이 알려져 강제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국 육체적, 정신적으로 망가진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게 다 SBS때문이다!



1952년 튜링은 “형태발생의 화학적 기초 the chemical basis of morphogenesis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2종 이상의 분자가 서로 반응하면서 확산에 의해 주위로 퍼져 나가면 줄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무늬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방정식을 ?이용해 밝혔다. 여기서 나온 방정식을 반응확산 방정식, 만들어진 패턴을 튜링 패턴이라고 한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여러 튜링 패턴들


지금이야 이 튜링의 논문은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생물학자가 아니었던 튜링의 이론은 발표 후 생물학자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저 이론으로만 평가되었다. 게다가 그의 이론은 우리의 직관하고도 달랐다. 예를 들어 잉크방울을 투명한 물속에 떨어트리면 고루 확산되어 탁해져야 하는데 반해 튜링의 이론에 의하면 확산이 다시 응집을 일으키며 잉크방울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튜링패턴이 실재세계에도 적용가능한 이론이라는 것을 1950년 구소련의 보리스 벨로소프B.P.Belousov(1893~1970)에 의해 벨로소프?자보틴스키 반응(B-Z reaction)으로 확인된다. 이것은 튜링 이론이 예언하는 무늬를 화학 반응으로 실현한 것이다.




BZ반응에서는 비커 속에 특정한 시약을 넣고 계속 흔들면, 용액이 붉은색이
되거나 푸른색이 되거나,
번갈아 변화한다. CG가 아니다!



얇은 살레 등에서 섞지않고 BZ반응을 일으키면 동심원의 무늬나 소용돌이 무늬가 생기며
파동처럼 퍼져 나간다. 물론 CG가 아니다
.


BZ반응 역시 ‘화학반응은 진동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당시의 상식에 어긋났기 때문에,
벨로소프가 죽기 직전까지 학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BZ반응은 패턴이 움직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무늬가 물결치는 얼룩말이나 호랑이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튜링 방정식은 움직이지 않는 패턴도 산출할 수 있지만 그런 예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1995년 일본의 수리생물학자 시게루 곤도와 라히토 아사이에 의해 튜링의 이론이 생물의 무늬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증명하여 과학잡지 네이쳐에 발표하게 된다. 곤도 교수는 생물의 무늬가 정말로 튜링패턴이라면, 생물의 성장이나 외부의 조작에 의해 무늬가 깨뜨려 져도 원래대로 돌라갈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황제에인절피시와 제브라피시를 통해 증명하였다.

사진 출처: [월간 뉴턴], 2010년 5월호.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2002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의 머레이James D. Murray교수가 줄무늬 패턴에 대한 또하나 흥미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동물의 크기에 따라 패턴의 변화를 설명한 것이다.




동물의 꼬리는 보면 점박이 무늬의 동물이라도 꼬리는 줄무늬를 띄고 있다. 하지만 줄무늬 무늬를 가진 동물이 점박이 무늬의 꼬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이유는 꼬리의 면적 때문이다. 동물의 무늬는 태아 때 발현되는데 이때 꼬리의 면적에 따라 무늬가 결정된다. 꼬리의 면적이 넓으면 많은 반응을 담아낼 수 있지만 꼬리의 면적은 좁으면 한 두개의 반응 밖에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몸 전체의 무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꼬리의 면적. 결국 아무리 넓은 면적을 가진 꼬리라도,
삼각형 모서리에서는 줄무늬가 만들어지게 된다.


2003년에는 다시 시게루 곤도 교수가 생쥐의 피부에서 BZ반응과 비슷한 이동하는 파동이 생기는 것을 밝히게 된다.



위의 생쥐 사진은 동일한 한마리를 놓고 시간을 달리해 찍은 것이다.
무늬가 파동처럼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월간 뉴턴], 2010년 5월호.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이렇듯 튜링패턴과 그 방정식은 많은 것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적어도 물고기의 무늬에 관해서는 튜링패턴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위에 등장했던 머레이James D. Murray교수는 무늬에 관한 매커니즘을연구하게 된 계기가 딸아이의 호기심때문이었다고 한다. 얼룩말이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딸이 얼룩말의 무늬는어떻게 생기는 거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황했고 옥스퍼드 대학의 여러 교수들에게 찾아갔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는선구적인 과학자들 덕분에아이들의 이런 곤혹스런 질문들에 대한 완벽한 대답 하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딸아이가 "이 동물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 주자.


"그건 그 동물이뱃속의 아기였을때 앨런튜링의 편미분 방정식에따라 멜라닌 색소가 반응과 확산이라는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란다"

이제 당신은 일등 아빠, 혹은 일등 엄마에 한걸음 더 다가선거다.

엥?

- 참 고 -

○ [월간 뉴턴], 2010년 5월호, p.104.
○ 이언 스튜어트 저, 전대호 역,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 (한승, 2004).
○ EBS 다큐-10 수학 대기획 Ⅱ 생명의 디자인,1부 치타가 삼킨 방정식.
○ 인제대 조용현 교수님의 블로그 http://biophilosophy.tistory.com/76





영진공 self_fish






















Posted by Nowhere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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