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20로 만든 단편영화 White Red Panic.
아이디어가 있어도 장비가 열악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던 시대는 거의 지나가버린듯 합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영화적느낌의 영상에 관심있는 필름덕후들이 꽤 많아서인지, HV20는 상당한 히트상품이었고 특히 적은 예산으로 그럴싸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활발하게 타올랐습니다. 각종 팁들과 DIY(자작) 정보들과 상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저 관심을두고 보는정도였고 그냥 HV20만 구입해서 썼습니다. 그래도기왕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도 조금은 영화적인 느낌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항상 24p와 씨네모드로 놓고 사용하는 정도였지요.

제 HV20는 생각보다 일찍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좀 많이 쓰다보니 그랬는지 LCD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고치는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새 기종을 사는 것 절반정도의 돈이 들겠고, 어찌해야하나 하던차에 또 마침 나와 준 카메라가 Canon EOS 550D입니다.



* 피사계심도 *


550D를 이야기하기전에 잠시 피사계심도에 대해 업급하려 합니다. 영화적 영상를 위한 카메라의 중요특징이 24fps라고 했는데 그 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되기때문에 1/3, 1/4인치의 손톱만한 캠코더의 센서가 아닌 1.5크롭정도의 DSLR센서의 크기에 가깝고 그에 맞는 광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가장 큰 시각적인 차이는 역시 얕은 피사계심도입니다.

작은 센서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쓰다가 DSLR 카메라를 사용했을때 배경이 확 날아가서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은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차이점을 이해하실겁니다. 영화 화면이 항상 배경이 뿌옇게 포커스아웃되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중하고자하는 사물에 촛점이 맞춰지고 배경과 전경은 약간은 흐릿한 상태가 기본적이며 영화적 문법과 느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감독이 '지금 이 사람(혹은 사물)이 이 장면의 주요요소이니 집중해주세요'라고 말하는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문법은 35mm 필름사이즈의 광학적 특성이라는 기술적 기반위에서 자라난 것이므로 센서사이즈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각종 센서 사이즈의 비교.
Super35mm가 영화필름기준의 풀프레임입니다. 일반적인 비디오카메라의 경우 가장 큰 센서가 고가의 프로용 카메라에 쓰이는 2/3인치이고 가정용캠코더는 대개 1/3이나 1/4인치 이하의 사이즈이므로 상당히 작은 사이즈임을 알수 있죠.


그래서 위에서 말한 HV20(1/2.7 인치센서)를 필두로한 24fps 캠코더들에게는 없는 얕은 피사계심도를 부여하기위한 꼼수가 35mm 어댑터, 혹은 DOF어댑터라 불리는 물건들입니다.




35mm 어댑터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35mm 스틸카메라의 렌즈를 원통에 붙이고 원통내에 반투명한 막을 설치해서 렌즈의 상이 그 막에 맺히게 한 다음 캠코더가 그 상을 접사로 촬영하는것이죠. 위의 이미지에 보이는 대로입니다.

Ground glass라 불리는 막을 상이 잘 맺히되투광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만드는것이 관건이고 작은 ground glass의 거친입자가 눈에 띄기 쉬우므로 진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등 최대한 깔끔한 영상을 얻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소들이 더해지지만 기본 원리는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합니다.

위쪽의 사진은,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컴팩트한 형태의 35mm어댑터입니다만 벌써 카메라자체 크기만큼의 부피가 더해지고, 캠코더의 자동포커싱이나 줌 같은 편의기능을 완전히 포기해야합니다. 더구나 상맺힘은 상하가 반전이 되기때문에 LCD 모니터로 보이는 영상도 반전이되어 촬영이 아주 힘들어집니다.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어댑터 내에 다시 반전 프리즘을 넣은 고급형 어댑터 제품도 있고, 또는 카메라에 외부 모니터를 거꾸로 달아 쓰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어두운곳에서의 촬영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캠코더인데 35mm어댑터는 투광량의 절반정도(1스탑)를 손해보기때문에 저조도 촬영은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감수하고서라도 얕은 심도를 얻는것이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는 중요한 것이기에 이렇게 온갖 오바를 통해 영화느낌의 영상을 얻으려는 필름덕후들의 풀뿌리적 노력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HV20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한 노력의한 예.
얕은 심도를 위한 35mm 어댑터, 렌즈의 수동포커싱을 위한 follow focus와 필터장착및 빛오염을 줄이기 위한 매트박스, 어댑터사용때문에 화면이 상하로 반전되는 문제를 보정하기위해 거꾸로 매달린 HD모니터와 이 모든것을 지탱하기위한 레일시스템 등,
갈때까지 간 HV20릭. 사실 저것보다 더한것도 많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 (구글이미지로
HV20 rig 검색)



*DSLR의 혁명 *


큰 센서사이즈의 효과를 얻기위한 수고를 생각하면 큰센서가 기본인 DSLR카메라에 영상기능이 추가되는것 만큼 허탈할정도로 간단하면서 필름덕후들의 염원이 되는 일이 없었고,제가 구입한 550D훨씬 이전에 HD 영상 기록을 지원하는 최초의 HD - DSLR인 니콘의 D90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다시 HV20때 만큼의 흥분이 있었을것이라는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분은 곧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




* 다음 편에서 계속 *



영진공 플라팬






















Posted by Nowhere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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